얼마 전 미디어오늘에서 소셜미디어 시대 - 위기관리 전략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자는 생각에 하루 회사를 놀기 위해 저도 컨퍼런스 티켓을 끊고 컨퍼런스장으로 갔습니다. 뻔한 내용도 있고 유익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마침 컨퍼런스 이야기도 나온 김에 패션 업계에서는 어떤 위기관리 사례가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한 후, 컨퍼런스 연사로 참석한 분들의 간단한 프로필과 프레젠테이션 자료 링크하도록 하겠습니다.


OTTO - 여장남자가 모델 컨테스트에서 우승하다 


독일의 글로벌 통신판매회사 OTTO그룹은 자사의 페이스북을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모델 콘테스트를 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직접 자신을 홍보하는 사진을 올리고, 그 중 가장 많은 투표를 얻은 참여자가 OTTO 포토 스튜디오에서 모델 촬영을 하고, 400유로의 상금을 받는 콘테스트로 상당히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거의 5만 명이 참여했을정도이니까요.

그런데 엉뚱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쁘고 날씬한 모델을 꺾고 여장 남자 Brigitte Koblenz가 컨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죠.

위너의 밝은 웃음


이는 꽤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기업 페이스북의 얼굴이 되어야 할 모델이 여장남자라니요. 하지만 이에 대해 OTTO는 현명하게 대처합니다. 그들은 컨테스트를 취소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최선을 다해 분장을 하고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도록 하죠. 나아가 이를 자사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당당히 자랑하기까지 합니다.
 


이는 예전 첵스에서 시행했던 투표와 정 반대되는 일입니다. 첵스에서는 초코 나라의 대통령 투표를 했는데 그 때 나온 후보가 마침 초코맛 첵스 '체키'와 파맛 첵스 '차카'였죠. 회사측에서는 당연히 체키의 승리를 예상하고 시행한 이벤트였지만 결과는 오히려 파맛 첵스 '차카'의 승리였습니다. 네티즌들이 장난 삼아 우르르 파맛 첵스 '차카'에 표를 던진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첵스 측에서는 이 투표에서 이기는 제품을 출시한다고 선언했던 것이죠. 여기에서 첵스는 '부정투표'를 이유로 첵스를 우승자로 선정합니다. 위의 OTTO 사례와는 정반대의 대응을 한 것이죠. 당연히 이미지가 좋아질리 없습니다. 실제로 엔하위키에 따르면 이 사건은 대학에서도 마케팅 관련 과목을 들을 때 빠짐 없이 등장하는 나쁜 예라고 하는군요. 덤으로 한 문장을 더 인용하면 '안주용으로 주는 파맛 과자는 꽤 맛있다'고 하네요(...)


GAP - 소비자들의 원성에 새로 만든 로고를 포기하다 


유명 의류기업 GAP은 기존의 로고를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50년도 넘은 기업이고, 로고도 20년간 써 왔으며 결정적으로 교체된 로고가 소비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소비자들은 이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심지어 패러디 사이트가 등장하며 그 원성은 더욱 널리 퍼졌죠. 또 Design a better GAP Logo라는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은 다양한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GAP은 '침묵'이 아닌 '소비자와의 대화'를 선택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어떤 이유로 로고를 변경했는지를 설명한 후, 페이스북에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달라'는 등 소비자들을 대화로 끌어들이죠. 그리고 결국 전체 소비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새 로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피드백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브랜드와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GAP은 실수한 것일까요?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GAP이 실패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GAP은 인지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기존 소비자층을 결집시키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고객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인상을 심어 주었기에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마케터들은 이에 대해 GAP이 애초에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지 않았을까 의심할 정도이니까요. 


시사점 1. 온라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온라인은 모두의 공간이지, 기업의 공간이 아닙니다. 매스미디어는 (특히 한국은) 광고를 주 수익 모델로 삼고 있기에 기업의 통제와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 어떤 이유로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한 때 유행했던 빠삐놈 동영상처럼 긍정적인 일이 있을 수 있는 반면, 위의 첵스처럼 부정적인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획 단계에서부터 네티즌들의 반응을 고려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기는 게 온라인입니다. 




시사점 2. 기업은 소비자를 통제할 수 없다. 최선의 선택은 존중하는 것 뿐이다.


이제 기업은 더 이상 소비자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기존의 광고와 홍보를 통해 어느 정도 인식을 변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불이 붙는다면 그 흐름을 바꾸기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역풍을 맞이할 뿐입니다. 네슬레와 그린피스의 대립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래 동영상은 네슬레에서 생산하는 초콜릿 바 KitKat에 사용되는 야자수 기름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야자수 기름을 위해 인도네시아 원시림이 벌목되고, 그 곳에 살던 오랑우탄이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을 다룬 것이죠.


여기에 대해 네슬레 측의 대응은 유투브에서 이 동영상을 강제로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역풍을 초래할 뿐이었습니다. 네슬레를 좋아하고 페이스북에서 네슬레와 관계를 맺은 소비자들이 네슬레에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슬레를 좋아하던 소비자들은 오히려 적으로 변했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시위로까지 번졌고 소셜 미디어 상에서 끊임 없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결국 네슬레는 팬페이지를 폐쇄합니다. 소비자를 통제하려던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시사점 3. 위기는 기회다, 이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위에서 언급한 네 기업들, OTTO, 첵스, GAP, 네슬레는 모두 온라인에서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서 성공했고, (OTTO), 어떤 기업은 위기를 맞았으나 현명하게 벗어났고 (GAP), 어떤 기업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해 피해를 받았으나 크지 않았고 (첵스), 어떤 기업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네슬레)

강함수 에스코토스 컨설팅 대표는 온라인 상에서의 위기를 '청중의 신뢰도와 메시지 볼륨, 그리고 비즈니스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모두 높은 경우'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정도'의 차이이지, 위기 역시 본질적으로 하나의 사건(event)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은 그것이 재앙이 아닌 한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브랜드 정체성을 기초로 한 전반적인 온라인 전략 수립입니다. 이를 통해 '돌발적인 위기'를 '예상 가능한 위기'로 준비하고 이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DKNY는 이를 매우 성공적으로 수립한 케이스인데 이는 다른 글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성공적인 소셜 미디어 활용 사례로 꼽히는 DKNY의 트위터 캐릭터



또 하나는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의 확립입니다. 자사의 상황을 면밀히 살핀 후 위기상황을 정의하고, 몇 가지 상황으로 분류하여 가상 시나리오를 수립해두어서 당황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슬레 뿐 아니라 한국의 D사도 이런 미비한 시스템으로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블라인드 처리하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적도 있죠.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세의 변화입니다. 시스템과 전략이 잘 갖추어졌다고 해도 앞서 언급하였듯 '온라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상에서의 여론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거나 방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피하고 막아도 소비자들은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겠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지는 못해도,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패션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정체성과 긴밀한 연결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기를 원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목소리 하나하나는 단지 그것에 기뻐하거나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대응하고 함께 해야 할 - 나아가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 대상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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